SNS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직원들 취업규칙으로 막을 수 있나

2026. 7. 6. 22:00Global HR Trends

 

Interview Magazine이라는 미국 패션지에 최근 화보 하나가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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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최고의 남자들을 만나보세요) 

 

링크드인을 통해 캐스팅한 실제 월가 종사자 네 명은 외환이나 주식 트레이더,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데이터 AI 애널리스트 등으로 일하는 23~25세의 남성들이었고 몽클레르·셀린느·에르메스·디올·톰포드 등 명품으로 스타일링된 채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인터뷰도 연봉이나 커리어가 아니라 어디서 데이트하는지, 술은 뭘 마시는지, 조끼는 몇 벌 있는지 같은 라이프스타일 질문으로 채워졌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금융업계 반응은 결이 좀 달랐습니다.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헤지펀드처럼 고객의 자산과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다루는 업종은 오랫동안 개인의 개성보다 전문성과 신뢰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지켜왔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튀는 사람"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훨씬 중요했으니까요.

그래서 실제 종사자들이 모델처럼 서서 외모와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이 화보를 두고, 전문성이 아니라 외모가 주목받는다는 우려, 고객 자산보다 개인 브랜딩이 앞선다는 지적, SNS 인플루언서 문화가 번진 사례라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좋은 딜은 조용히 성사시키고 성과는 숫자로 말한다"는 전통적 투자은행 정서와는 분명히 결이 다르니까요.

 


물론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권에도 MZ세대 직원이 늘면서 링크드인·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알리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예전엔 회사 이름이 곧 개인의 브랜드였다면 이제는 개인 스스로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커지는 중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화보는 세대와 문화가 부딪히는 지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에 가깝습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재직 중인 회사원이 유튜브·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우다가, 어느 시점부터 회사가 그 계정의 존재를 알아채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거 겸직금지 위반인가요. 노무 상담에서 실제로 자주 받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직원이 더 이상 회사의 이름만으로 기억되지 않는 시대,
개인의 브랜드와 조직의 문화가 처음으로 정면 충돌하기 시작했다.


취미 SNS 활동이 아니라, 영향력과 수익이 커진 다음이 문제다

 

과학 콘텐츠로 유명해진 한 유튜버의 사례가 그랬습니다. 원래는 본업을 유지하며 취미로 시작한 채널이었는데, 구독자와 수익이 커지자 소속 기관이 겸직금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반대로 결이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한 대기업 직원이 근무 외 시간에 개인 블로그와 SNS에 글을 올리고 소액의 광고 수익을 얻었는데, 법원은 이 정도로는 징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같은 "겸직"인데 한쪽은 정직, 한쪽은 부당징계로 갈렸습니다. 무엇이 갈랐을까요.

 


겸업금지, 사실은 원칙적으로 자유 영역이다

 

여기서 많은 HR 담당자들이 놓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겸업 자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사생활 영역이라, 취업규칙으로 전면 금지하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근무시간 외의 삶까지 회사가 통제할 권한을 자동으로 갖는 건 아니라는 게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겸직금지 조항이 취업규칙에 있다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조항이 실제 징계의 근거가 될 수 있느냐인데, 여기서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기준이 꽤 명확합니다. 기업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겸업으로 피로가 쌓여 본업을 불성실하게 수행하거나 근무시간 중에 겸직 업무를 보는 경우,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체를 위해 일하는 경우, 회사의 고객 정보나 영업비밀·시설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 이 정도는 돼야 겸직금지 조항이 실제로 효력을 갖고 징계의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회사 운영이나 본업 수행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겸업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거나, 겸직 사실 자체만으로 징계하는 건 근로자의 사생활 침해로 봅니다. 사용자가 "겸직으로 근무 태도가 불성실해졌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징계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어느 연구원이 대학 강의를 나갔던 사건에서는, 오히려 그 강의가 본업인 연구 활동에 도움이 되고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된 적도 있습니다. (공무원·교원·공공기관 종사자는 예외입니다 —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라 기관장 허가 없이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습니다.)

 

앞의 두 사례로 돌아가 보면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유튜브 콘텐츠 자체는 회사 업무와 경쟁 관계도 아니고 영업비밀 유출도 아니었습니다. 본업에 지장을 줬는지, 회사 신용을 훼손했는지가 갈랐을 뿐입니다.

 


SNS에서 진짜 위험한 건 "겸업"이 아니라 "저격"이다

 

실무에서 회사가 정말 곤란해하는 SNS 이슈는 따로 있습니다. 겸업 여부보다, 직원이 SNS에 회사나 상사, 동료를 저격하는 글을 올리는 경우입니다.

 

한 사건에서 직원이 SNS에 특정 임직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방·조롱하는 글을 올렸고, 법원은 이 경우 해고까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단의 결이 흥미롭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되, 그 글이 공익에 관한 게 아니라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었는지, 얼마나 공개적으로 퍼졌는지, 회사가 삭제를 요청했는데도 반복했는지,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로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지를 함께 봤습니다.


취업규칙에 SNS 조항을 넣는다면

 

이 지점에서 취업규칙 SNS 조항을 설계하는 실무 방향이 나옵니다. "SNS 활동 전면 금지" 식의 조항은 그 자체로 무효 판단을 받을 소지가 큽니다. 노무제공 지장·경쟁사업·영업비밀·명예신용훼손, 이 네 가지 축을 SNS 매체에 맞게 구체화하는 편이 훨씬 방어력이 있습니다.

 

이런 조항이 없어도 회사가 완전히 무방비인 건 아닙니다. 성실의무·비밀유지의무·명예훼손금지 같은 일반 조항만으로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문제가 벌어진 뒤에야 매번 새로 입증해야 하는 사후적 방어입니다. SNS 조항을 미리 걸어두면 그 기준으로 회사는 훨씬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직원 입장에서도 선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유명해졌는가"가 아니라, 그 활동이 실제 회사에 지장을 주는지, 이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사내 규범과 절차가 미리 준비됐는지입니다.

 

 

 

또 다른 해외 HR 트렌드가 한국의 노동법과 어떻게 만나는지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2026-07-05